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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공존


사소한 공존

 

언제가 처음인지도 모른 체,

우린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작은 시작을 하고 또 그렇게 끝을 맺는다.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내 것으로 비롯된 것이 없기에

더불어 미련 없이 숨쉬고 토해낸다.

 

나이든 꽃이든 쉼 없는 바람이든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든

온전히 열어 재친 비움으로 채워간다.

하나, 둘, 하나

 

마음을 열려면 귀를 내어주고

생각을 담으려면 입을 터야한다.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더불어 풍요로움으로 다시 비워야한다.

하나, 둘, 하나

 

시름하는 뒷산 도롱뇽도, 조각나 나뒹구는 앞마을 바윗돌도

허연 배를 뒤집은 체 하늘바라기하는 물고기도,

시퍼런 사슬 두 손 묶여 땅바라기만 하고

검은 비속 헤매이던 우리처럼

모두 그렇고 그런 닫음으로 인한 것이다.

 

어디가 끝인지 모른 체,

제 것인 양, 제 맘인 양, 이렇게

하나, 둘, 셋

더불어 미련 없이 숨쉬고 토해낸다.